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서울을
비롯한 많은 곳에 내리는 아침,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 짤막한 기자회견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옵니다. 그는 국무총리로
내정되었으나 결국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 사퇴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40대에 총리로 내정되어 자신만만한 모습이 TV 화면에
잡히기도 했었으나 결국 내정된 지 3주 만에 임명장 한 번 못 받아보고 사라져갔습니다. 좋은 학교를 나와 도지사까지 지내며 전도유망해
보였으나 속 모습은 비리 게이트에 대한 연루 의혹에 재산증식, 부인의 인사청탁 및 뇌물수수의혹 등 그의 말대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드러났습니다. 그의 기자회견 이후 위장전입, 부인의 위장 취업, 뇌물 수뢰,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을
받아왔던 두 명의 장관도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이 세 명을 제외한 남은 7명에 관해서 보더라도 돈에 대해 의혹이 없는 인물은
하나도 없으니,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임명권자 또한 그런 비리가 있으니 당연하다는 말까지도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소식을 들으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중국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양진전(楊震傳)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옵니다. 후한 시절 박학다식하며 청렴 결백하여 ‘관서지방의
공자’라 불리던 양진이 태수로 임명되어 임지로 가던 중 예전에 양진이 관리로 발탁해 준 왕밀이 찾아와서는 소매 속에서 황금을 꺼내
들고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받아달라고 하는 그의 말을 듣고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알며 네가 알고 내가 아는데 아무도 모른다니 무슨
말인가”하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합니다.
성경은 말씀하십니다.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긴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나니 이러므로 너희가 어두운 데서 말한 모든 것이 광명한 데서
들리고 너희가 골방에서 귀에 대고 말한 것이 지붕 위에서 전파되리라”(눅 12:2)
직분을 맡는다는 것은 그 직분에 합당한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거나 악용하여 교만해지고 자신의 배를 채우려는 사람은 비단
현재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사가 아닌 왕을 요구하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나님께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시지만, 그는 모든 일을
하나님 중심이 아닌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내가 사울을 왕으로 세운 것을 후회하노니 그가 돌이켜서 나를 따르지 아니하며 내 명령을 행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 하신지라 사무엘이
근심하여 온 밤을 여호와께 부르짖으니라”(삼상 15:11)
그는 왕이라는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다윗을 죽이려고 하며 결국은 비참한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삼상 31:3~5, 삼하
1:6~10)
직분은 또한 왕이나 고위관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큰 집에는 금 그릇과 은 그릇뿐 아니라 나무 그릇과 질그릇도 있어 귀하게 쓰는 것도 있고 천하게 쓰는 것도 있나니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런 것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되어 거룩하고 주인의 쓰심에 합당하며 모든 선한 일에 준비함이 되리라”(딤후
2:20)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엡 2:10)
우리는 우연히 지으심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았으며, 이를 위해 맡은 직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주님께서 귀히 쓰시는 그릇이 된다고 성경은 말씀하십니다.
“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상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잠 22:4)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크거나 작게 또는 높거나 낮게 보이는 직분이더라도 모두 하나님께서 귀히 쓰시는 그릇입니다. 주님이 주신 직분에
자만하지 아니하며 감사와 겸손함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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