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없이 자란 저에게는
“과연 나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비슷한 연배,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이가 있었다면 나는 그를 볼 때 어떤 느낌이 들까” 하는
것입니다. “나 자신과 비슷한 감수성을 가지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에 “전혀 다른 별개의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물론 형제는 없으나 가족은 있습니다. 오랫동안 부모 곁을 떠나 바다를 건너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기에 가끔 ‘가족’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에는 수 많은 ‘가족’이라는 단위가 존재합니다. 가족이 형성되고 얼마 지나면 그 중 한 개체가 떨어져 나와 또 다른 가족에서
분리된 개체와 결합하여 새롭게 가족이 생성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세포분열이나 핵분열로 인한 연쇄반응을 보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란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족이란 무엇이기에 그토록 귀한 것인지를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가족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현재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자신이 모를 수도 있으나 모두 부모가 있으며, 그 부모도 역시
모두 부모로부터 나왔고……이와 같은 역사가 태초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과정입니다. 부모만이 아니라 형제자매도 역시 ‘가족’일
것입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혈연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가족’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믿음 안에서 우리 모두가 형제 자매라고
합니다. 이는 주님 안에서 우리 모두가 주님의 한 지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질문을 해봅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정의를 내려본다면 진정한 가족이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우리 서로의 사랑으로 묶여 있는 공동체가 아닐까 합니다. 부모와 자녀, 또는
자녀 간에 있어서 혈연관계는 있으나 서로를 증오하고 시기하며 상대방의 기쁨을 보고 슬퍼하고 슬픔을 보며 기뻐한다면 이는 혈연관계가
아닌 그저 서류상의 가족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여기서의 ‘사랑’이란 순간적인 것이 아닙니다. 의학적으로 이성관의 황홀함이나 도취를 야기시키는 것은 뇌 속에 있는 도파민 등
펜에틸아민 계열 호르몬의 작용이라고 하는데 이는 중독효과가 있기 때문에 동일한 대상한테는 길어보았자 3년 정도밖에 생성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길어도 3년인 ‘콩깍지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절망적이지는 않습니다. 옥시토신과 엔도르핀 호르몬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노력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고 합니다.
하나의 지체라는 것은 예수님이라는 머리를 중심으로 우리 모두가 한 몸이라는 뜻입니다. 오른팔이 다쳤는데 이를 기뻐할 왼팔이 있을 수
없고 오른발이 아파할 때 좋아할 왼발도 없습니다. 상대방의 기쁨이 내 기쁨이 되고 상대방의 슬픔이 내 슬픔이 될 때에 비로소 사랑으로
이루어진 진정한 가족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혈연관계가 있는 것만으로 가족이 아니듯 혈연관계가 없는 것만으로 가족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비록 거리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를 믿고 배려하며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이도 역시 훌륭한 가족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요 13:34~35)
주님의 사랑 안에서 서로의 사랑으로 하나 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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