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머니 뱃속에 있는
쌍둥이의 대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여기보다 바깥 세상은 무척 넓은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여기보다 얼마나 넓은데?”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척 넓은 것 같아.”
태아에게 있어서는 아무리 그 곳이 안락하다고는 하나 넓이에 있어서는 어머니 뱃속과 바깥 세상을 비교할 수가 없겠지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자신의 틀 속에 갇혀 있어 넓디 넓은 세상을 구경하지 못합니다. 여기서의 ‘넓은 세상’은 바로 영적인 믿음의 세계를
가리킵니다.
마태복음 14장 22절~33절에는 우리가 잘 아는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자들을 재촉하여 배에 태워 먼저 건너가게 하시고
예수님께서는 기도를 하기 위해 홀로 산에 오르십니다. 날이 저물어 오자 잔잔했던 바람은 심하게 불어오고 물결은 거칠게 파도 칩니다.
베드로를 비롯해 몇몇 제자들은 어부들이었으나 정신 없이 좌로 우로 흔들리며 마치 지금이라도 침몰하고 말 것 같은 불안감에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왜 예수님을 따라 나와서 이런 꼴을 당할까’, ‘이대로 여기서 사고를 당하면 가족들은 어떻게 할까’, ‘혹시
우리를 빠져 죽게 하려고 예수님은 우리만 배에 태워 보내신 게 아닐까’ 등등 제자들은 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을 무렵, 설상가상으로 물 위에 떠 있는 희미한 물체를 발견합니다.
“유령이다!”
아마도 제자들은 혼비백산하지 않았을까요. 이제 삶에 대한 소망도 믿음도 모두 사라진 와중에 ‘저승사자’까지 보게 되었으니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물체는 유령이 아니라 다름 아닌 예수님인 것을 확인하자 그 때까지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에
떨고 있던 베드로는 “주여 만일 주님이시거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라고 말합니다.
“오라!”
그 다음 성경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로 걸어서 예수께로 가되 바람을 보고 무서워 빠져 가는지라 소리 질러 이르되 주여 나를 구원하소서 하니
예수께서 즉시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며 이르시되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하시고 배에 함께 오르매 바람이 그치는지라”(마
14:29~32)
그렇지 않아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떨고 있었던 베드로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당돌한 말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바다
위를 걸었다는 내용은 마태복음 이외에 마가복음과 요한복음에도 기록되어 있고, 시기를 보면 예수님께서는 그 이전에도 몇몇 병자들을
치료하셨으며 또한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먹이신 사건 이후였습니다. 그와 같은 이적들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으나 베드로는
그러한 기적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지, 만약 일어날 수 있다면 체험하기를 갈급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주님의 말씀대로 아직
믿음이 작았기에 예수님이 아닌 바람을 보고 두려워하여 빠지고 말지만,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스스로 체험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믿음이 내 믿음’으로 승화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주여 만일 주님이시거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라는 외침은 부족한 믿음 속에서 확신을 갈급해 하는 베드로의 기도처럼
들립니다. 아무리 신•구약에 수많은 기도 응답이 기록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곧 내 믿음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성경은 내게 있어서
전설이나 이야기책에 불과하며, 이는 광활한 믿음의 세계를 보지 못한 채 작은 틀 속에 머물러 있는 모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가운데 지금까지 기도 응답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하신 분들은 안 계시겠지요. 그러나 믿음생활이 타성에 젖어감에 따라 “그래,
나는 이 정도면 됐어. 더 이상은 필요 없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에 만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만, 주님께서 앞으로 나가라고 하시는데도 “아니에요. 저는 이 정도면 충분해요.”라고 한다면 주님께서 예비하신 더욱 큰
은혜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맙니다.
분명히 우리 앞에는 주님이 계십니다. 그 사이를 비바람이 불어 오거나 파도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불안한 상황이라도 “오라”라고 하시는
주님이 계십니다. 주님은 누구보다도 현재 내 심정을 잘 알고 계시며 믿음이 부족하여 빠질 지라도 언제든지 그 손을 뻗어 건져내 주실
주님만을 바라보며 강하고 담대하게 “오라”라는 말에 순종한다면 우리는 주님과 함께 하는 보다 큰 믿음의 세계를 맛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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